소아중환자 간호사의 길, 성장과 도전의 여정

서울대학교병원, 진료지원팀, 소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 박정민

1. 소아중환자실에서의 시작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중환자실에는 천사 같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24개 병상에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치료를 받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살피고 보호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간호사들도 함께 있습니다. 중환자 전문간호사로서, 그리고 소아중환자실 간호사로서의 성장과 도전의 여정을 이번 수기를 통해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2017년 소아중환자실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PICU’에서 일한다는 선배의 말에 ‘pulmonary ICU’로 이해한 저는 희망 부서 3순위에 적었고, 간호사 면허증에 도장이 마르기도 전인 3월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빨대 같은 e-tube 3.0으로 숨을 쉬고, 분명 희귀 질환이라고 배웠던 모야모야병 환자들이 하루에 2명씩 수술 후 중환자실로 나왔습니다. 어안이 벙벙한 채로 4년이 흘렀고, 코로나 때 성인 중환자실에 지원해 내/외과 중환자실, 마취과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고, 중환자 전문간호사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저는 소아중환자실로 복귀했습니다. “유학 잘 다녀왔냐”는 선배와 교수님들의 따뜻한 말과 함께 소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로서 새로운 시작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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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사진1 : 2017년 중환자 간호과정 수료식, 사진2 : 임상간호학과 수료, 사진3 : 마취과 근무중)


소아중환자실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의사 선생님들, 중증 환아를 천사같이 돌보는 간호사님들, 그리고 서로를 한 팀으로 생각하며 서로 돕는 사람들. 대학원을 마치며 우리나라에 전문간호사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짐작 했던 중 서울대병원에 전문/전담간호사 채용이 급격히 늘어나던 작년 8월, 저는 소아청소년과 중환자 분과 교수님들과 전문간호사에 지원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지원했습니다. 지금도 그 결정을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2. 소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 역할


작년 9월부터 시작해 함께 열심히 만들어간 소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의 역할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1) 진료지원 역할

저희 소아중환자실은 ①전문의–전문간호사, ②전문의–전공의 팀으로 환자를 배정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중환자), 소아신경외과, 소아심장분과, 그리고 여러 외과의 전과된 환자를 담당하며,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primary call 해결, 의무기록 및 타과 의뢰 초안을 작성합니다. 또한 프로토콜 내 처방과 익일 처방 초안을 작성하고, 회진 참여, 프로토콜 내 술기, 검사 및 시술 지원, 중환자 이송 시 모니터링, 동의서 구득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일반간호사와 달리 전문간호사는 초음파를 활용한 평가, Electrical Impedance Tomography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환자 상태를 심층적으로 사정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의와 직접적으로 의사소통 하여 환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이러한 역할을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 개선에 기여하고 있으며, 간호법에서 인정된 진료지원 업무 또한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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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사진4. 초음파를 이용한 뇌실 확인, 사진5. 전기적 임피던스 촬영술)


2) 교육과 상담

면회 시간에는 보호자분들께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보호자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상담을 진행합니다. 전문간호사로서 강점은 병원의 다양한 자원과 제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호자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재택의료가 필요한 환아, 중증 소아 환자의 가족을 위해 단기 돌봄을 제공하는 도토리하우스 시스템, 호스피스 케어가 필요한 환아의 경우 보호자와 깊은 라포를 형성하며 완화의료와 연계하여 진심으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또한 소아중환자실에 방문하는 해외 연수 간호사, 간호대학 학생 및 대학원생의 실습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아중환자 간호의 최신 지견과 근거기반 실무를 공유하며, 환자 간호의 질 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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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간호학생 교육)

  

3) 자문 및 협동

소아중환자 조기 재활 활성화를 위한 질 향상 활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재활 치료 관련 지식 부족과 의뢰 지연 등의 문제를 개선하여, 재활의뢰율을 25%에서 66%로 향상시키고, 협진 의뢰 지연 기간을 평균 11일에서 1.5일로 단축시키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전문간호사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인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환자의 옹호자(advocate)로서 최적의 치료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특히 외과 환자의 인공호흡기 치료나 중환자 분과의 신경외과적 치료 등에서 발생하는 의사소통의 공백을 메우는 가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상급간호실무(Advanced Nursing Practice)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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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소아 재활 및 섬망 관련 자료)


4) 연구

마지막으로, 전문간호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근거 기반 실무(Evidence-Based Practice)를 위한 연구 활동입니다. 저희는 주 1회 중환자분과와의 연구 미팅을 통해 개별 또는 팀 단위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 두 편의 논문을 투고하였습니다. 또한 신경외과와 격주로 Journal Review를 실시하여 최신 연구 동향을 학습하고, 이를 임상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내외 학회에 참석하여 진행한 연구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근거를 쌓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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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소아중환자분과 연구 미팅, 오른쪽 사진 9. SIGMA 해외학회 구두발표)

 

3. 맺음말, 감사 인사


 환자 진료와 간호의 경계를 잇는 전문간호사라는 새로운 역할이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협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질병과 치료 방향을 세심하게 알려주시는 의사 선생님들, 환자의 미세한 상태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인지하고 공유해 주시는 간호사 선생님들, 그리고 새로 생겨난 역할의 의미를 고민하며 근거를 쌓고 프로토콜을 정립해 나가는 진료지원 선생님들 모두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러한 협력의 토대 위에서 전문간호사는 ‘새로운 직군’이 아닌, ‘환자 중심의 통합적 치료팀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길이 멀지만, 함께 힘을 합쳐 진료지원 인력의 자리매김을 위해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가 자리 잡도록 도와 주신 교수님들, 전문의 선생님들과 수간호사 선생님, 소중한 파트장님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어려움 속에도 함께이기에 힘이 되는 우리 전문간호사 선생님들께도 감사 인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중환자 간호의 길을 걸어가며, 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간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제 이야기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