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의 경계 그 끝 혹은 또 다른 시작,외상 집중치료실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집중치료실A 김소희
“ BP 70/40, 세츄레이션 85% ...세츄레이션... 85%..”  
“patient is coming to the trauma bay in 5minutes”
  스테이션 무전 송출기로 헬기 안의 긴박함이 분주하게 울려 퍼지고 이내 헬기가 착륙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환자가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인수인계 직후 환자를 면밀히 파악하려는 간호사들의 움직임 속에 땀으로 범벅된 외상소생실 간호사가 들어와 CT 촬영 후 바로 입실할 것임을 알리고 주요 인계사항을 일러준다.
“환자이송 옵니다. 침상 준비해주세요”라는 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출입문 열리고 의료진과 함께 환자가 입실했다. 간신히 응급처치만 한 왼쪽 다리에는 탄력붕대 위로 아직도 피가 흥건히 배어 나오고 있었다.  

 환자 감시장치를 통한 활력징후 확인 후 간호사정, 약물주입, 상처소독, 혈액검사, 수혈, 각종장비연결, 처치(수술) 준비까지 분주한 움직임 속에 어느덧 환자는 수술실로 향하고 있었다.
사고 발생 장소부터 헬기, 소생실, 중환자실, 수술방 까지 오로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한 환자를 지키기 위해 수십명의 간호사가 일하고 있는곳 ,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의 일상이다.
 아주대병원은 2002년 시작된 노력 끝에 2009년 중증외상 특성화센터로 지정되었다.

 이후 2011년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 세간의 이목을 끌며 개정된 ‘이국종법’에 의해 2013년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로 지정, 미국의 LevelⅠ Trauma Center를 모티브로, 2016년 3월 100병상으로 개소하였다.
 6M 이상의 높이에서의 추락, 교통사고, 산업 재해, 자상등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 다발성 골절, 대량출혈 같은 중증외상환자(*ISS 15점이상)가 주를 이루며 병원도착 즉시 응급수술과 치료할 수 있는 시설, 인력, 장비 등 이른바‘시스템’을 가진 곳으로 이중 집중치료실은 3개부서, 총 40병상으로 국내기준 1등급 간호 인력과 최신 의료기기를 갖추고 있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에 연간 2,000명의 환자가 소생실로 내원하고 이중 70%의 환자가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다. 
 
중환자실 입실 환자들은 다발성 외상으로 두부, 흉부, 복부, 근골격계 등의 손상과 합병증으로 대부분 수십개의 진단명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외상외과를 주축으로 다학제간 치료가 필수적이고 외상집중치료실 간호사는 환자 치료의 중심에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간호사의 관찰 내용과 의견이 환자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되며 전공의가 없는 시스템으로 주치의와 수평적 의사소통으로 매일의 환자상태는  FASTHUGS-BID 의 problem list 로 보고되고 함께 논의한다.

응급수술과 진단을 위한 검사로 쉴새없이 환자가 이동하고 출혈성 쇼크로 인한 수혈간호와 응급처치가 다빈도이며 사고과정에 생긴 상처 치료업무 또한 많다. 급성기 초기 응급처치도 많지만 감염관리, 호흡기, CRRT,  영양관리, 조기 재활등 모든 치료과정에 간호사가 파악하고 간호해야 하는  업무가 매우 광범위 하며 이로 인한 간호사의 소진도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모든 집중치료실 간호사 그러하듯이 희망이 없을 것 같았던 환자가 조금씩 안정을 찾고 회복되어 일반병실로 이동하며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를 생각해보면 아무리 힘든 외상 집중치료실 간호라도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외상환자 치료에는 팀워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Trauma team’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환자치료에 있어 의사뿐만 아니라 보안요원, 보조원, 영상의학과, 사회사업팀, 원무과 직원 등 환자 치료와 간호, 안전을 위해 서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누구하나 중요하지 않은 구성원은 없다고 한다. 이중 간호사의 역할은 다양하고도 포괄적이며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해마다 중증외상환자 비율은 높아지고 있으며 매스컴을 통해 고조된 국민의 관심에 대답하듯, 최근 경기도는 별도의 인계점 없이 24시간 헬기 이송을 허가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제 막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중증외상분야에 조금만 더 나가면 어떻게든 국제 표준에 걸맞는 시스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믿음으로 버티고 견뎌온 국내 모든 중증외상 분야의 의료진들의 몸부림에, 이제는 진정성있는 국가정책과 달라진 국민들의 인식변화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